도쿄 메이지자 극장에서 2008년 4월 18일부터 27일까지 HAKANA라는 연극을 하더군요. 메이지자 NEO시대극으로 열리는 것이라 원작을 어느 정도 조정한 거 같더군요. 이 공연을 팀 원 중 한분이 보러간다고 하더군요. 후지모토 미키가 나온다고요. 저는 누군지 잘 모르겠지만 아이돌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방금 전 이 공연을 전화로 예매하시다가 잘 모르겠다고 하셔서 급거 제게 수화기를 넘기시더군요. 조금 당황하셨는지 수화기에는 땀이 흥건…. 괜히 쫄아서 받아봤더니 티켓을 4월 3일까지 미리 수령해야 하는데 직접 창구로 와서 받아갈 것인지, 우편으로 수령할 것인지 물어보더군요. 그러길래 '여기 한국이거든요? 우편으로도 못 받고 직접 갈 수도 없어요. 어케해야해요?'하고 물어봤습니다. 그랬더니 잠시 확인을 하더니 '당일 공연 30분 전까지 티켓 받아가세요~ 예약 번호와 이름 이야기하면 되요~' 혹시 예약 번호 틀리면 큰일이니까, 몇번이고 확인 확인. 그래서 이 소동(?)은 끝날 예정이었습니다만, 왠지 무슨 공연일까 하고 궁금해서 공연을 검색해봤습니다.
엄훠나 엄훠나 엄훠나. 두번째 줄의 住谷正樹(스미타니 마사키)를 보세요. 이거 갖곤 누군지 모르시리라 보고. レイザーラモン(레이자라몽). 예, 그렇습니다. 스미타니 마사키는 레이자라몽 중 '하드게이(HG)'입니다. 바로 옆에 있는 出渕 誠(이즈부치 마코토)가 리얼게이(RG)이죠. 요즘 TV에서는 하드게이의 모습 밖에 못 봐서 다른 모습을 보고 싶은데, 연극 무대! 게다가 예약 번호도 확인하느랴 몇번이나 들었더니 외워버렸습니다. ####-####. 당일 창구에 30분 전까지 가서 표 받으면 된다니까 가서 볼까요? 공연 표값이 굳지 않습니까!
사무라이 픽션의 포스터엔 어이없게 21세기형 어쩌고 하지만, 이 영화는 코메디와 락 음악을 빼면 전형적인 흑백 영화 시대의 사무라이 영화입니다. 속지 마세요! 하지만 이미 TV에서도 많이 틀어서 속을 일은 드무리라 생각됩니다만. 1998년에 개봉한 사무라이 픽션은 정말 정체 불명의 영화입니다. 영화의 표현 양식과 흐름만 놓고 보면 대놓고 쿠로사와 감독의 영화의 짝퉁입니다. 흑백인 화면, 씬의 구성까지 모두 쿠로사와 감독의 영화에서 볼 수 있는 그 모습 그대로입니다. 스토리도 진부하죠. 보물을 빼앗긴 영주의 아들. 그리고 보물을 빼앗은 남자를 추격. 그리고 그에게 친구를 잃은 아들. 복수는 시작되고, 그 복수(?)를 돕는 어떤 이와 그와 얽히는 아가씨. 이 이야기만 놓고 보면 엄청나게 뻔한 이야기입니다. 쿠로사와 감독의 영화에서 흔히 쓰이는 그런 시대극의 주제이죠.
하지만 이 이야기는 처음부터 코메디입니다.
쇼군에게 받은 보물인 칼을 빼앗아간 카자마츠리 란노스케는 의도한 게 아니었습니다. 단지 '무서워 보인다'는 이유로 오해를 사고 사람을 베고 쫓기는 신세가 됩니다. 그를 쫓아간 아들 이누카이 헤이시로는 친구와 함께 무모하게 덮치다 친구 쿠로사와 타다스케를 잃습니다. 모든 장면에서 쿠로사와 영화 같지만 모든 장면에서 코메디가 되버립니다. 하지만 주제는 심각하죠. 사람을 사람이 벨 수는 없다. 악인은 모두가 악인이 아니고 선이 있다. 하지만 의도된 것이 아니다. 이게 이 영화의 넌센스가 됩니다. 영화 내내 카자마츠리는 이렇게 말하죠.
"왜 이리 꼬이지? (なぜこうなる。)"
뭐, 이런 심각한 이야기를 하자는 게 아니고, 실은 제가 BOOWY의 팬이기도 하고 호테이 토모야스를 너무 좋아합니다. 호테이 토모야스는 BOOWY의 기타 리스트로 출발해서 BOOWY 해체 이후에도 솔로로 멋진 모습을 보여줬죠. 특히 이 영화에서 그는 멋진 모습을 보여줍니다. 다만 연기가 별로라서 문제지 말입니다. 큰 키와 삭막한 표정으로 화면을 주름 잡지만 대사를 하는 순간 분위기 싸해집니다. 흑… 호테이 횽아는 걍 음악 하는 게 좋을 거 같아요. 그런데 왜 갑자기 제가 사무라이 픽션의 이야기를 꺼냈는가 하면, 이 영화에 출연한 것이 1998년입니다. 호테이의 첫 영화 데뷔작이자 사운드 트랙을 모두 직접 만들었죠. 덕분에 사무라이 영화에 락 음악이라는 새로운 지평을 세웠고 이건 이후 킬 빌에도 영향을 주게 됩니다. 게다가 킬 빌의 테마 곡인 BATTLE WITHOUT HONOR OR HUMANITY 역시 호테이의 작곡입니다.
갑자기 이 영화 이야기를 왜 꺼냈냐 하면, 호테이 토모야스의 BOSS HG 광고를 이야기하면서 사무라이 픽션을 이야기했기 때문입니다. 사무라이 픽션에서 호테이가 역할한 카자마츠리는 쫓겨야 하는 역할이지만 도망가지 않습니다. 심지어 클라이막스에서는 쫓는 입장이되죠. 그의 큰 키와 무서운 얼굴로 쫓아가는 씬은 사무라이 픽션의 멋진 클라이막스를 장식하는 화면입니다. 그런 이미지가 이 BOSS HG 광고에도 그대로 녹아있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이 영화 출연진이 엄청나게 웃깁니다. 호테이 토모야스 뿐 아니라, 사람을 베지 않는 미조구치 한베이는 카자마 모리오, 그의 딸 코하루에 오가와 타마키. 그리고 코하루의 아버지 역인 쿠즈미 류노스케는 가수 후지이 후미야가 등장합니다. 게다가 처음 등장하는 이누카이 헤이시로의 친구 역할 중 한 명은 후지이 후미야의 동생 후지이 나오유키가 나옵니다. 이외에도 한국에서는 그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많은 뮤지션이 참가하고 호테이가 음악까지 담당해서 이슈를 끌었죠. 하지만 한국에서는 모두 듣보잡이다 보니 그리 알려지진 않았습니다.
두서없이 이런저런 이야기했습니다만, 결론은 호테이 토모야스가 쫓아오면 도망가라, 이겁니다. 하하~ 저 얼굴 보십시오, 안 무섭습니까???
얼마전 봤던 클로버필드도 그런 면이 강합니다만, 호러, 괴물과 같은 장르적 특성을 바탕에 깔고 있는 듯 하지만, 결국 주제는 사람 이야기라는 거죠. 인간과 인간이 서로 사랑하는 이야기인 겁니다.
이것은 팀 버튼의 기존 영화들이 독특한 소재를 다루지만 이야기만큼은 아주 평범한 사랑 이야기인 경우와 같은 일관성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재미있게 봤죠. 하지만 이 영화는 꽤 불편한 장면이 많습니다. 사람을 너무 손쉽게 죽이고 피가 과장되어 흐르고, 시신과 뼈가 난무합니다. 하지만 마지막의 엔딩을 보면 가슴이 턱 막히면서 슬퍼지더군요.
이 영화는 모르시는 분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만, 스위니 토드라는 뮤지컬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작년에 무대에 올려졌었습니다만, 이 영화는 뮤지컬을 원작으로 하기보다는 그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스토리 등은 같습니다만 무대가 아니라 스크린이기 때문에 지나치게 모션을 자제하고 표정을 더 살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또 아이러니하게도 마지막 엔딩 장면은 무대에서 막이 내리듯 끝이 납니다. 이 영화가 뮤지컬과 다르지만 뮤지컬이 원작이라는 것을 또 이야기하는 듯한 엔딩이어서 꽤 흥미로웠습니다.
이제 대형 상영관에서는 내려가고 소형 화면으로 내려갔지만 영화관에서 보면 더 화려한 화면과 -비록 영화는 내내 어두운 톤이지만- 이야기를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단, 팀 버튼의 이야기 전개와 유머를 즐기지 않고 뮤지컬 영화에 대해서 안좋은 느낌을 갖고 있다면 그리 즐겨 볼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올 겨울 수 많은 영화가 연인들의 발길을 기다리고 있지만, 그 중 이 영화는 연인끼리 보면 흥미진진하리라 생각합니다. 보는 도중에는 기괴한 연출로 놀라는 연인을 달래느랴 행복(?)하고 끝난 다음에는 영화의 이야기를 생각하며 사랑의 행로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행복(!)을 느낄 수 있을테니까요.
아, 이건 영화랑 조금 상관 없습니다만, 터핀 판사 역으로 나온 알란 릭맨을 보면서 이 사람 참 많이 봤는데 대체 어디서 봤더라, 하고 생각이 안나는 겁니다. 하지만 알란 릭맨은 해리포터 시리즈에서 스네이프 교수로 나오는 등 독특한 악역 이미지로 유명해서 얼굴과 이미지는 각인이 되었는데, 이름도 기억이 안나고 출연작도 기억이 나지 않았던 것입니다. 저는 이런 멋진 악역이 너무 좋은 거 같아요. 죠니 뎁도 멋있었지만 실은 이 영화에서 죠니 뎁에 대해 불만이 있었습니다. 다들 미국어가 아닌 멋진 영어를 선보였지만 죠니 뎁만 좀 딸렸던 거 같아요. 안타까웠습니다. 죠니 뎁 형아 나빠횻!
그리고 이 김에 스위니 토드 뮤지컬도 다시 무대에 올려졌으면 좋겠네요. 비록 영화가 흥행 대박은 아니더라도 흥미를 가진 사람들이 보고 싶어할 거 같아요. 저도 그렇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