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블로그를 쓰는가요?

많은 분들이 블로그를 쓰고 있습니다. 당장 이 이글루스만 해도 몇만개의 블로그가 개설되어 있고 네이버, 야후, 파란, 엠파스, 싸이월드(네이트) 등의 대형 포탈 역시 블로그를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블로그를 이용하는 이유가 뭘까요. 그냥 홈페이지를 만들 수도 있고 만들어진 게시판을 쓸 수도 있고, 선택의 여지는 많은데 왜 하필 블로그만 각광을 받고 있는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제가 블로그라는 커뮤니티 툴에 끌린 이유는 XML을 기반으로 하는 열린 공간이란 점 때문이었습니다. Wired 또는 Real - PartⅢ: 열린 공간에서 제가 언급한 바가 있듯이, 저는 온라인이라는 열린 공간을 좋아합니다. 그러나, 기술, 또는 개념의 문제로 지금까지의 대부분의 커뮤니티 툴은 폐쇄적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가입한 회원끼리 또는 그 공간에 있는 이들끼리만 대화가 가능했습니다. 그것이 어떤 커뮤니티 사이트이던, 그것이 어떤 홈페이지던, 그것이 채팅이던. 어떤 경우던 간에 마찬가지였습니다. 온라인이란 것이 열린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공간은 독립되어 있되, 그 각각의 공간끼리는 닫혀 있었습니다.

그러나 블로그는 달랐습니다. XML을 기반으로 하는 표준 기술을 도입하므로써, RSS/atom 등으로 어떤 브라우저에서도 손쉽게 해당 블로그의 새로운 포스트를 체크할 수 있게 되었고, Trackback이란 개념을 통해 각각 떨어져있는 블로그를 연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확장되어 블로그 코리아, 올 블로그 등의 메타 사이트도 생기고 있으니까요. 이것을 통해서 언제든지 다른 블로그를 쉽게 볼 수 있고, 다른 블로그와 쉽게 연결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블로그는 나만의 공간이면서, 열린 공간이라는 두 가지 요소를 갖게 되었습니다. 흔히들 1인 미디어라고 표현합니다만, 대단한 것은 아닙니다. 자신이 쓰는 글이 손쉽게 전파되고 그것을 서로 공유할 수 있는 것, 지금까지 그런 커뮤니티 툴은 제공되지 않았습니다. 한정된 공간에서 제공되는 경우는 있었지만요. 다음, 싸이월드, 그런 정해진 공간에서만 가능했던 것입니다. 그 공간에 들어가지 않는다면 서로 공유할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블로그는 그렇지 않다는 점. 그래서 훨씬 열려있는 미디어인 것입니다.

이렇게 기술과 개념을 통해 생겨난 블로그. 이것을 많은 사람들은 다양하게 쓰고 있습니다. 일기장처럼 꾸준히 자신의 기록을 남기는 사람, 특정 주제를 갖고 이야기하는 사람, 사회/정치 현상에 대해 말하는 사람, 또는 자신의 배설구처럼 쓰는 사람. 모두 블로그를 자신이 원하는 대로 쓰고 있습니다. 이상한 것이 아니겠죠. 열려있는 1인 미디어라는 점에서 서로 인정할 수 있다면 모든 것이 이루어질 수 있지 않습니까?

그러나, 문제는 인정하지 않으려 드는 경우가 있다는 것입니다. 외설이니까, 욕설이니까, 보기 싫으니까. 어떤 글을 쓰는가 그것을 갖고 문제 삼는 경우가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것에 대해서 무척 좋지 않게 봅니다. 아무리 열려있는 공간이라 해도 그것은 그 개인의 공간이고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글과 내용은 그 본인의 책임이며, 본인의 소유입니다. 그것에 대해 타인이 왈가왈부할 문제는 아닌 듯 합니다. 그러나, 그 반대로 개인의 공간이란 이유만으로 폐쇄적으로 만드는 것 역시 적절하지 않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블로그가 아니라, 조용한 개인 게시판을 선택하던가, 아니 아예 온라인 상에 자신의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어야죠. 이것은 내 것이니까 내 마음이다, 라고 하면 할 말은 없습니다. 그 역시 본인의 선택일 뿐입니다. 그럼 그것을 모를 수 있는 사람에게도 적절하게 알려줘야 서로 오해가 생기지 않을 것입니다.

제가 자주 보는 케이블 TV의 다큐멘터리 채널인 디스커버리 채널에서 이런 이야기를 보았습니다.
"인간은 도구에 의해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인간의 대화의 방법은 바뀐다."
우리는 그 모습을 블로그를 통해 보고 있습니다. (저 말 자체는 핸드폰을 두고 한 말이었습니다)

블로그는 열린 공간. 그리고 개인의 공간. 그리고 미디어의 공간. 그것을 이루는 것은 온라인과 XML이란 기술.

이런 개념을 서로 인정하면, 더 자유롭고 열려있는, 그리고 재미있는 커뮤니티 공간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도 저는 블로그를 돌아다니고 글을 씁니다. 자유롭고 열린, 그리고 재미있는 글을 보기 위해. 그리고 다른 이들에게 그런 즐거움을 줄 수 있게.

by 南無 | 2004/10/14 13:33 | Network | 트랙백(1) | 핑백(2)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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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d a e z a n at 2005/01/07 02:09

제목 : 공감
나도 늘 광장과 폐쇄사이의 서성거림에 시달린다. 왜 블로그를 쓰는가요?...more

Linked at Studioxga.net : .. at 2007/08/20 18:39

... 드의 대용품으로 사용하고, 미니홈피를 비웃으며 우월감을 드러내기 위한 수단으로 쓰는 모습에 실망하여 계속 다음과 같은 글을 꾸준히 썼습니다. 2004년 왜 블로그를 쓰는가요? 저는 이런 이유로 블로그를 씁니다. 2005년 당신은 블로그를 쓰십니까, 이글루스를 쓰십니까? 2006년 블로그면 블로그 답게 우와! 이렇게 보 ... more

Linked at Studioxga.net : .. at 2008/05/01 01:34

... 너무 많은 마진을 차지하는가?에서는 다운로드, 스트리밍의 수익 분배 구조라는 3년전 글을 인용했고요. 이렇게 재탕이 많아지는 요즘입니다만, 또 재탕을 해야겠습니다. 왜 블로그를 쓰는가요? 저는 이런 이유로 블로그를 씁니다. 블로그는 뭐하는 것인가, 그리고 제가 왜 블로깅을 즐기는 가에 대한 제 의견입니다. 블로그라는 편리한 도구를 통해 누구와 ... more

Commented by ddudol at 2004/10/17 13:43
전화란 사실 먼 곳에 있는 사람에게 정확히 그리고 빨리 요점을 전달할기 위한 통신 수단 이었지만 이제는 개인당 한대의 전화를 가진 생활 필수품 수준이 되었죠. 실상 정확히 필요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는가는 잘 모르겠지만
블로그 쓰는데 어려움 없고 자기가 쓰고 싶을 때 쓸 수 있고 굳이 자신의 블로그를 광고하지 않아도 누군가 오고 가주고 뭐 그런점이 좋았던거 같습니다. 싸이하고는 다르죠 엄연히
Commented by 南無 at 2004/10/18 14:46
ddudol// 전화든, 인터넷이던, 메신저던, 블로그던 그 도구고 그 도구로 사람이 변하진 않죠. 하지만 대화의 방법은 너무나도 변했습니다. 딱 몇년전과 지금만 해도 너무 다른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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